[일본] 가짜 열차
일본 근대 초기에 널리 퍼진 도시전설 중 하나는 기차와 관련된 이야기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영국 기술자를 초빙하여 철도 건설을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차가 전혀 없어야 할 곳에서 갑자기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밤중에 한 증기기관차가 선로를 달리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차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또 다른 경우에는 느닷없이 정체불명의 기차와 충돌했는데, 충돌한 반대편의 기차는 보이지 않았고 이쪽 기차는 멀쩡했다. 다음 날, 충돌 장소에서는 기차에 치여 죽은 너구리의 사체만 발견되었고, 이 너구리가 기차로 변신했다가 기차에 치여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졌다.
이런 이야기들은 당시 처음 도입된 기차에 대한 신기함과 두려움이 전래의 변신하는 너구리나 여우 이야기와 결합하면서 생겨났다는 시각이 있다. 도쿄의 한 절에는 기차로 변신해 사람을 홀리다가 진짜 기차에 치여 죽은 너구리를 묻어주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초기 기차에 대한 반감이 있었는데, 철도를 놓기 위해 농사 짓던 논밭을 매립하거나 조상들의 묘지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였던 일본에서도 비슷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여담으로 JR 도카이는 매년 4월, 자사 관할 구역에서 가짜 기차 목격담이 많았던 장소에서 너구리를 신으로 기리는 행사를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