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홍콩할매귀신
홍콩할매귀신 괴담은 1980년대 말 – 1990년대 초에 널리 퍼졌다. 이름이 홍콩할매귀신이라 홍콩의 귀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괴담의 내용은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가던 할머니가 비행기 사고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되려고 할 때 데리고 가던 고양이와 융합하여 귀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이 반인반묘의 귀신은 자신의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와서 저항할 능력이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민학생, 그중에서도 하굣길의 국민학생들만 골라 살해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대한항공 비행기가 홍콩으로 가다 추락한 사고는 없었다. 이 괴담은 해외 여행과 항공 사고에 대한 공포증과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 1989년에 비로소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가 시작되었는데, 1980년대 말 – 1990년대 초에는 항공기 추락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 여행을 하는 여행객의 수는 급증했음에도, 안전 조치의 강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으로는 당시 서울 강남 지역의 학부모들이 어린이 유괴 사건을 필두로 한 강력 범죄와 방과 후 오락실, 만화가게 등 '유해업소' 출입에 대한 대책으로 자녀들의 귀가를 일찍 시키기 위해 괴담을 지어냈다는 설도 있다.
이 괴담이 유행하던 시기는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로 조직폭력배, 마약사범, 인신매매범 등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어린이 유괴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했고, 길에서 금품을 갈취하는 불량배들도 많았다.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던 괴담들은 일본의 출판물들을 무단으로 번역, 출판하면서 퍼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홍콩할매귀신 이야기와 비슷한 괴담이 일본에는 없다. 일본에는 네코마타라는 고양이 요괴가 있지만, 두 괴담의 공통점은 고양이라는 점뿐이다.
이 괴담은 의외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등교 거부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1989년 당시 MBC 뉴스데스크에도 소개되어, 도시전설 중에서도 전설이 되었다. 즉, 역기능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남기남 감독의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중 4번째 작품인 『영구와 홍콩할매 귀신』으로 사실상 죽은 밈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