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벚꽃 나무 아래에는..
일본에서는 매년 3~4월마다 하나미라는 벚꽃 명소에서 가족, 친구끼리 모여 피크닉을 즐기는 풍습이 있다. 이들 명소 가운데 특히 유명한 벚나무에는 음침하고 기묘한 사연이 전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버전은 벚나무 밑에 사람들의 시체가 묻혀 있으며, 이 시체들로부터 양분을 흡수한 벚나무가 아름다운 꽃잎을 피운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만, 일본의 도시전설로 굉장히 메이저하게 퍼져 있어 악취미적인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네가 앉아있는 자리 밑을 파보면 대량의 인골이 튀어나올 것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다.
이러한 미신은 벚나무 뿌리가 사체 유기에 최적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되며,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이 애처롭고 처연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벚꽃의 붉은 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들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시체를 양분 삼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괴담은 다른 꽃에도 자주 쓰이지만, 벚꽃과 시체의 극적인 대비로 인해 벚꽃이 더 자주 차용되는 듯하다.
과거 일본의 한 유명 벚꽃 공원을 개보수하는 도중, 벚나무를 옮겨 심는 과정에서 검은 정장을 착용한 의문의 무리가 목격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도시전설은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도 자주 활용되며, 벚나무 아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도중 흥을 깨는 상황에 특히 많이 등장한다. 이는 거의 클리셰급이다.
카지이 모토지로의 소설 <벚나무 아래에는>에서 유래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의 첫머리에는 "벚나무 아래엔 시체가 파묻혀 있다! 이것은 믿어도 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다만 이 단편에서는 사람 시체는 등장하지 않고, 짝짓기 후 죽은 명주잠자리 시체만 나온다. 시체는 모두 흙으로 돌아가고, 흙은 식물의 자양분이 된다는 점에서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