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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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폭탄이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해, 한 중학생이 일본의 작은 마을을 배낭여행 중에 찾게 되었다.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폐허와 아직도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곳, 그 마을은 중학생에게도 낯설고, 묘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하룻밤을 묵기로 결심한 학생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였던 여관에 들어갔다. 주인은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학생을 반갑게 맞이하며, 저녁을 함께 나누고, 오랜 세월 마을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 중에서도 한 가지 이야기가 유난히 학생의 마음에 남았다.

“내 친구가 있네, 나가사키에,”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그 친구에게, 내게 주어진 마지막 부탁이 있다네.”

그날 밤, 할아버지는 학생에게 편지 한 통을 건넸다. 편지는 단순한 종이에 간결하게 적혀 있었다. 학생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았다. “내 친구에게 이 편지를 전해다오, 절대로 편지의 내용을 보지 말게. 나의 마지막 부탁이니까.”

학생은 잠시 망설였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의 얼굴에 담긴 그 깊은 눈빛과 말에 담긴 무게는 단순한 부탁 이상의 무엇인가를 느끼게 했다.

다음 날 아침, 중학생은 여관을 떠나면서 그 편지를 챙겼다. 바람이 부는 길을 따라 나가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편지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그 호기심은 점점 커져만 갔고, 저녁이 되어 여관에서 묵을 때쯤, 그는 결국 결심을 했다.

여관의 작은 방에서 창문을 열고, 밤이 깊어가자 그는 서랍 속에 숨겨 놓은 편지를 다시 꺼냈다. 할아버지가 당부한 말이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결국 손이 편지를 열게 만들었다.

그 안에는 단 한 줄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것이 자네들에게 내어주는 마지막 고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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