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삼풍백화점


 삼풍백화점, 붕괴된 그 자리에서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의 삼풍백화점이 그 거대한 몸체를 허물어뜨리며 한순간에 수많은 생명을 삼켰다. 그 후, 백화점의 잔해 위에 세워진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아크로비스타'. 사람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오래된 땅에는 다른 것들이 살고 있었다.


1. 한기의 정체

"여기, 뭔가 이상한 게 있어요."
지하상가에서 일하는 민정은 요즘 자꾸 차가운 기운을 느낀다. 특히 저녁이 되면 그 차가움은 더 강해져, 마치 얼음물에 발을 담근 듯하다. 밤늦게 상가를 떠나는 길목에서, 한 번은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순식간에 무언가 지나갔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온 것은 얼음처럼 차가운 공기뿐이었다. 그녀는 매일같이 교회나 절에서 엑소시스트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한다고 들었다. 그들은 뭔가를 정화하는 듯한 의식을 치르곤 했다.

"어쩌면... 삼풍백화점의 원한이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는 걸지도 몰라요."




2. 검은 옷 입은 사람들

어느 날, 한 아이와 그의 어머니가 백화점 앞을 지나고 있었다. 아이는 갑자기 손을 쥐고는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이를 달래며 물었다.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대답했다.
"엄마... 저기,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있어요. 못 봤어요?"
"검은 옷? 그런 사람들 없잖아. 이제 가자."

그녀는 아이를 재촉하며 백화점 밖으로 나왔다. 바로 그 순간, 백화점의 붕괴 소식이 뉴스로 전해졌다. "삼풍백화점, 붕괴..."
그날 이후, 어머니는 아이가 말한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저승사자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면, 그 아이가 보고 느낀 것은 삼풍백화점에서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의 영혼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


3. 쇼핑카트의 저주

몇 년 후, 회사에서 일하던 재훈은 오래된 서고에서 우연히 삼풍백화점 쇼핑카트를 발견했다. 아무 생각 없이 서고 한 켠에 있던 그것을 끌고 다녔지만, 그날부터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낮잠을 자는 동안, 그의 꿈속에서 그 카트는 거대한 바위처럼 무겁게 눌러왔다. 끊임없이 무언가가 그를 쫓아오는 느낌. 이 꿈은 날이 갈수록 더 강렬해졌고, 그가 그 카트를 보고 다시는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카트를 치우세요. 이건 안 될 일이에요."

동료들이 그렇게 말했을 때, 재훈은 그제야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 카트가 잉태한 불길한 기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 당시 백화점에서 뭔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많은 사람들이 떠나지 못한 채 그대로... 그들은 아직도 여기에 남아 있어요."
그의 동료가 말하던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4. 그 후, 쇼핑백

사고가 난 후에도 삼풍백화점은 주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기억되고 있었다. 특히 주변 아파트에서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삼풍백화점 로고가 그려진 쇼핑백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흔히 '재활용'이라고 생각했다. 백화점 쇼핑백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그 날만큼은 그 쇼핑백이 어떤 이상한 기운을 내뿜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백화점 쇼핑백을 다시 사용하다니... 그게 과연 괜찮을까?"
어느 날, 주인공은 교대역에서 한 아주머니를 봤다. 아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있던 그 여인은 손에 삼풍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쇼핑백은 마치 살아 있는 듯, 그녀의 손에 붙어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바람에 휘날리는 듯했고, 그 아이는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검은 옷 입은 사람들...'
그 순간, 주인공은 이 쇼핑백이 단순한 물건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기억이 다시 살아나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과거의 사건과 연결된 물건은 종종 사람들에게 불길함을 안겨 준다. 그 쇼핑백도 예외는 아니었다.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일본] 빨간 마스크

[KoreaCase] Korean Air Fokker F27 hijacking attempt

[일본] 1985년 일본의 크리넥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