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악귀의 땅

bhikkhu


1960년대 초, 한국 전쟁이 끝난 지 약 10년이 흐른 시점, 강원도 양구와 인제 사이에 자리잡은 한 작은 산골 마을이 사라졌다. 마을이 사라진 이유는 다소 특이하고 무서운 이야기와 맞물려 있다. 그것은 단순히 마을이 버려지거나 자연재해로 폐쇄된 것이 아니라, 악귀들의 분노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졌다는 괴담이었다.

이 이야기는 2000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처음 등장했다. 글쓴이는 자신이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라며 이를 올렸다. 할아버지가 고백한 충격적인 이야기였으나, 그 신빙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사실 그 사이트도 2001년쯤 폐쇄되었고, 이후 그 이야기를 다룬 사람들은 점차 그 출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내용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었고, 특히 2023년이 되면서 다시금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마을의 시작

이 마을은 6·25 전쟁 후, 고향을 떠나 남하한 사람들이 모여 형성한 작은 공동체였다. 그들은 한국 전쟁 후, 남쪽으로 피난을 가며 자리를 잡았다. 한때 고향은 창도군에 위치해 있었고, 그곳은 결국 북한 땅으로 넘어갔다. 이 마을은 휴전선 근처의 작은 평지로, 비옥한 땅과 풍성한 자연 덕분에 발전 가능성이 높았다.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쳐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고, 조금씩 마을을 확장해갔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한 중이 마을을 찾아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그 중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주를 부탁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마음이 너그럽게 그를 맞이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음식을 주고 돈을 주었고, 중은 감사의 뜻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가 마을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깊은 명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악귀의 경고

그날, 중은 마을 중앙에서 갑자기 일어나, 이장 집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장님, 잠시 나가세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장의 집으로 들어가서는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눈 후, 마을 사람들을 모은 이장은 매우 심각한 얼굴로 사람들을 불렀다.

"당신들의 고향이 이곳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땅은 700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던 땅이다. 원래 숲이 우거져 있었으나, 어떤 영적인 인과에 의해 이곳은 비옥한 땅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곳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악귀들이다. 그들은 지옥의 야차나 나찰과 같은 존재들이며, 그들이 금제에 걸려 활동을 못 하고 있을 뿐이다. 금제가 풀리면 마을은 대재앙에 빠지게 될 것이다. 3주 이내에 떠나지 않으면,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중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기이한 문양이 그려진 부적과 큰 염주를 주며,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반드시 떠나라"라고 경고했다. 마을 사람들은 중의 말을 믿지 않으려 했으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의식의 준비

마을은 혼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고, 이장은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중에게 다시 부탁을 했다. "우리가 여기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마을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중은 고민 끝에, 기이한 의식을 제시했다. "당산나무 앞에 모인 10살 이하의 아이들만이 그 의식을 완수할 수 있다. 축시부터 묘시까지, 아이들이 손을 잡고 눈을 감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들이 눈을 뜨거나 손을 놓는다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피를 당산나무에 뿌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경악하며 그 장면을 지켜보았고, 중은 고요하게 말을 마친 뒤 마을을 떠났다.

의식과 그 후

의식을 준비한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을 엄하게 교육했다. 아이들이 의식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마을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가 그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지고, 마을의 소리 없는 공포는 점점 더 깊어졌다. 갑자기 마을의 동물들이 죽어나가고, 이상한 기운이 마을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날 밤, 의식이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당산나무 앞에 모여 손을 잡고 앉았다. 밤새도록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마을 어른들은 집 안에 숨어 문을 굳게 잠갔다. 그러나 그날 아침, 마을은 참혹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당산나무는 벼락을 맞은 듯 갈라져 있었고, 마을의 집들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사라지고, 마을은 폐허로 변했다. 생존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

이후, 글쓴이의 할아버지는 마을을 떠나 제주도로 이주해 살았다. 그러나 그가 이 모든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죽기 전에 할머니에게만 그 이야기를 전했고, 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가족들은 그 이야기를 믿지 않았지만, 큰 고모는 어릴 적 할아버지의 집에서 이상한 문양이 적힌 종이를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 종이는 아직도 누군가의 손에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마을은,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악귀들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공포는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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