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쌍방울 홈 17연승의 비밀
전주의 귀신과 쌍방울의 17연승
1996년, 한 여름의 전주. 그 시절 쌍방울 레이더스는 전통의 약팀이었다. 창단 당시부터 하위권을 면치 못했던 그들이 갑자기 강팀으로 떠오른 것은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아낌없는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팀이 되어도, 전주에서 펼쳐지는 홈경기에서 17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쌍방울이 그 기록을 세운 장소는 전주종합운동장, 그리고 그 배경에는 한 가지 기묘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그 이야기는 바로 전주에 위치한 코아호텔에서 시작되었다.
코아호텔의 귀신 소동
전주 코아호텔은 그 지역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로, 전주를 방문하는 야구팀들이 묵는 곳이었다. 그러나 1992년부터, 이곳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OB 베어스의 김형석과 김상호가 밤늦게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가, 방 안에서 표정 없는 여성을 봤다고 주장했다. 술이 취했을 거라고 생각했던 다른 선수들은 이 이야기를 무시했지만, 이 사건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1994년, OB 베어스의 박현영은 호텔 방에서 잠을 자다가, 침대 옆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놀란 박현영은 침대가 흔들리며, 귀신이 나타났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신속히 트레이너의 방으로 도망쳤다. OB 선수들 사이에서 전주 코아호텔의 귀신 소동은 점차 유명해졌고, 이후 쌍방울과의 대결에서 전주에서만 이상한 결과들이 일어났다고 전해졌다.
쌍방울과 귀신의 연결고리
1996년 8월, 현대 유니콘스가 전주에 원정을 오면서, 귀신 소동은 다시 떠오르게 된다. 현대 선수들은 코아호텔에서 귀신을 봤다고 주장하며, 그들 중 일부는 아예 다른 숙소를 찾아 전주를 떠났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쌍방울은 무서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996년 8월 14일, 전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첫 번째 경기를 시작으로, 쌍방울은 그 해 시즌 17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었다.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한 더블헤더 승리, 롯데 자이언츠, 해태 타이거즈, OB 베어스 등 강팀들을 상대로 한 승리들. 그들의 경기는 마치 귀신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매경기 승리로 이어졌다. 현대 선수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고, 그들의 심리 상태는 결국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전주에서 치른 플레이오프 첫 2경기 모두를 쌍방울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 귀신의 소문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코아호텔에서 벌어진 기묘한 일들이 쌍방울의 역사적인 승리를 뒷받침하는 마법처럼 여겨졌다. 당시 쌍방울 감독 김성근은 그 소문에 대해 알고 있었고, 선수들이 이를 떨쳐낼 수 있도록 응원했다. 그들은 귀신의 도움을 받았는지, 아니면 단순히 뛰어난 경기력 덕분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기록은 분명히 남았다.
귀신의 끝과 팀의 몰락
그러나 이 소문과 기록도 영원하지 않았다. 1997년 4월 13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17연승을 기록한 후, 쌍방울은 그 어떤 팀도 쫓아올 수 없는 고지에 도달했다. 그러나 곧 IMF 사태로 인해 쌍방울은 자금난에 시달리며, 결국 2000년 해체되었다. 전주에서는 더 이상 프로야구 팀을 볼 수 없게 되었고, 코아호텔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후 코아호텔은 2011년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고, 그곳은 이제 폐허처럼 남아 있었다. 호텔이 폐업하고 나서야 귀신은 이승을 떠난 것일까? 일부 사람들은, 이제는 쌍방울의 연승 기록과 귀신의 소문도 함께 사라졌다고 믿었다.
전주에 남겨진 흔적
쌍방울의 해체 이후, 전주는 한동안 프로야구팀이 없는 상태로 남았다. 그러나 ‘귀신의 도움’을 말하며, 전주에서 제10구단 창단을 계획했던 이들도 있었다. 그 소문은 이제 농담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전주를 떠도는 그 귀신의 이야기는 여전히 야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곤 했다.
그리고 그 귀신의 이야기, 그 기묘한 승리의 기록은 2019년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방송되며, 또 한 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과연 그 귀신이 정말 존재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하나의 전설이었던 것일까? 누가 알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