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당나귀 여인

The donkey lady


 샌안토니오의 남쪽, 한적한 숲속에 '당나귀 여인 다리'가 있었다. 다리는 그 자체로는 평범해 보였지만, 그 주위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이 숨겨져 있었다. 아무도 그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다리에서 한 걸음만 떼면, 무언가가 항상 뒤쫓아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낮이라도 그곳을 지나가려는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다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과 스릴을 추구하며 어두운 밤, 차를 몰고 다리 근처로 갔다. 그 중에는 '괴담'을 믿지 않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단순히 위험한 곳에서의 체험을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그들이 몰랐던 것은, '당나귀 여인'이 여전히 그곳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클레어는 처음 이 괴담을 들었을 때 단순히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에 끌리는 부분도 있었고, 친구들의 제안에 따라 한 번 가보기로 결심했다. 친구들은 장난삼아 다리 근처에서 차를 멈추고 경적을 울리고, 불빛을 깜빡이게 해주겠다고 했다. 공포 체험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다리로 향했다.

"여기 정말 기묘한 느낌이 드는 거 알아?" 제시가 불쑥 말했다. "이 곳, 뭔가 좀... 으스스해."

클레어는 웃으며 말했다. "그저 오래된 이야기일 뿐이야. 괜히 무서워하지 마."

하지만 다리에 다다를 즈음, 그들 중 일부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차량의 불빛이 다리를 비추는 순간, 클레어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다리 너머, 숲 속에서 저 멀리 무엇인가가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그것이 인간의 형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너희... 나만 봤어?" 클레어가 말을 꺼냈다.

다리에서 불빛을 비추던 제시가 차창을 내리고 말했다. "그저 환상일 뿐이야. 괜히 그러지 마."

하지만 그때, 그 무언가가 움직였다. 아주 느리게. 그것은 우뚝 솟은 사람의 형체로, 그걸 떠받치고 있는 다리 아래에서 끔찍한 발굽 소리가 났다. 클레어는 그 소리를 확실히 들었다. 어딘가 모르게 질긴 고통이 묻어나는 발굽 소리였다.

"저기... 봐!" 클레어가 지적했지만, 제시와 친구들은 이미 차 안으로 다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그 순간, 다리 위에서 무엇인가가 고함을 질렀다.

소름 끼치는 음성이었다. 저절로 몸이 굳어지는 듯했다. 눈을 떼지 못한 채, 클레어는 차창 밖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그것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리의 끝자락에 서 있는 그 존재는, 몸의 대부분이 불에 그을려 괴물처럼 변형된 여자였다. 얼굴은 끔찍하게 뒤틀렸고, 손발은 말의 발굽처럼 끝이 뾰족하게 변해 있었다. 검게 탄 피부 아래서 흐르는 피는 마치 살아있는 악몽처럼 짙게 보였다.

"저게... 진짜... 당나귀 여인인가?" 클레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때까지 살아 있는 듯 움직이던 그 여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여인이 입을 열었다.

"떠나... 떠나, 이곳을... 너희도... 너희도 나처럼 될 거야."

그 목소리는 그녀의 몸속 깊숙이 울려 퍼지는 듯했다. 클레어는 숨을 죽이고, 주변의 친구들도 아무 말 없이 차를 돌려 멀리 떠났다.

몇 달 후, 클레어는 그날의 사건을 마음속에서 지우려 애썼다. 그러나 친구들 중 한 명이 다리 근처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클레어는 다시 그 끔찍한 경험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마지막으로 다리 근처에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이후로, 다리 근처에서 더 이상 아무도 공포 체험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샌안토니오 사람들은 여전히 '당나귀 여인 다리'를 피해 다녔다. 괴담이 정말 진실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오래된 이야기일 뿐일까?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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