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


 어느 고요한 밤, 한 대학의 국악 동아리에서는 연주회 준비로 바쁘게 합주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방 안은 피리와 대금, 해금 소리가 어우러져 음악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서 한 학생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이게 진짜면 우리 동아리방은 뱀 소굴이 되었게!"

그의 농담에 모두가 웃음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어느 한 구석에서 미묘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밤의 피리 소리와 뱀의 전설, 그 오랜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었다.

그 전설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다.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했다.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고? 뱀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했잖아." 사실, 뱀은 청각이 없었고, 피리의 소리는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 대신 피리에서 나오는 바람을 민감하게 감지해, 마치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뱀은 없다니까. 그냥 피리 바람에 반응할 뿐이야."

하지만 그 전설은 변해왔다. 예전에는 밤에 휘파람을 불면 집으로 뱀이 찾아온다는 속신이 있었고, 그것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경고처럼 여겨졌던 믿음이었다. 그때 휘파람을 부는 것은 외간 남자가 여인을 유혹하는 신호처럼 여겨졌고, 그런 불길한 행위가 집안의 불행을 불러온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은 지나면서, 그 속신은 점차 변화했다. 인도 길거리에서 코브라를 피리로 춤추게 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송되면서,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도시전설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1994년, 어느 날 밤, 한 TV 광고가 그것을 더욱 확고히 만들었다. 플라스틱 피리를 불며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 끝에는 박명수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들 자는데 피리 불지 말아유, 뱀 나와유." 그 한 마디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밤의 피리와 뱀의 전설은 더 이상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문화적인 요소로 변해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전설은 또 다른 이야기를 낳았다. 밤에 피리를 불다가 피리 속에 숨어 있던 지네가 입으로 들어가, 그로 인해 큰 위험에 처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고승의 도움으로 살아난 한 아이는 마치 기적처럼 살아났고, 그 사건은 사람들 사이에서 '피리와 뱀의 전설'을 더욱 신비로운 이야기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그저 전설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숨겨진 교훈은 분명했다. 우리가 아는 것과 믿는 것 사이에는, 때로는 그 너머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는 것. 그 밤, 국악 동아리의 학생들은 음악에 집중하면서도,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그 전설을 잠시 떠올리고는 다시 연주에 몰두했다. 뱀의 전설과 피리 소리 속에, 그들이 알지 못한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은 입술을 다물고 피리 소리에 맞춰 음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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