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터보 할머니

터보 할머니


 나는 그날 밤, 언제나처럼 퇴근길에 올랐다. 이른 겨울이라 하늘은 이미 어두웠고, 도심을 벗어나 시골로 들어서자 가로등도 드문드문해졌다. 낡은 터널 입구가 보였을 때,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소문으로만 듣던 '터보 할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담 따위에 겁먹을 내가 아니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며 터널 안으로 들어섰다.

터널은 어둡고 길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속도를 100km/h로 올렸을 때, 백미러에 이상한 형체가 비쳤다. 누군가의 그림자였다.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이미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다시 백미러를 확인했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

"헛것을 본 건가?" 나는 스스로를 달래며 속도를 유지했다. 그런데 갑자기, 왼쪽 창문 너머로 무언가 스치듯 지나갔다. 노란빛 나막신이었다. 창문 밖을 쳐다보자, 흰 옷을 입고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가 나막신을 신고 내 차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그 할머니의 눈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려 엑셀을 더 밟았다. 속도계는 120km/h를 넘어섰지만, 할머니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는 나를 추월해 터널 끝으로 사라졌다. 나는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터널을 빠져나왔다.

터널 밖에 도착하자 나는 차를 멈추고 한참을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방금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환각일까, 아니면 정말 소문으로만 듣던 터보 할머니였을까?

며칠 뒤, 나는 이 괴현상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오래전 이 터널이 건설되던 시절, 근처 마을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공사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그날도 나막신을 신고 있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그녀의 영혼이 터널에 머물며 지나가는 차량들을 감시한다고 믿고 있었다.

나는 터널을 다시 지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백미러를 볼 때마다 할머니의 눈빛이 떠오른다. 그녀는 여전히 터널 속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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