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짜 악성코드

computer


 서울의 한 작은 아파트. 컴퓨터 화면에서 파란 불빛이 깜빡이며 주인공, 지훈의 눈을 자극했다. 그는 손톱을 물어가며 화면을 응시했다. 이메일함에 도착한 최신 메일 제목은 "긴급! XX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십시오!"였다. 제목만 봐도 이 메일이 전형적인 '호크스'(혹스)임을 직감했다. 지훈은 매일같이 이런 경고성 메일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심코 퍼뜨리는 그 거짓된 공포에 지친 지훈은 아무런 생각 없이 메일을 삭제하려 했다.

(주석: '호크스' 또는 '혹스(Hoax)'는 사실이 아닌 잘못된 정보나 거짓된 소문을 퍼뜨리는 것으로, 컴퓨터 보안 관련하여서는 실존하지 않는 악성코드나 바이러스에 대한 허위 경고를 가리킨다. 이러한 소문을 믿고 특정 파일이나 이메일을 열지 않도록 경고하는 메시지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그때,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또 다른 메시지. 이번에는 카카오톡이었다. "XX 바이러스 감염, 절대 열지 마세요!" 지훈은 손목을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또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왠지 모를 불안감이 그의 가슴을 스쳤다. '이건... 단순한 루머일까? 아니면... 이번엔 진짜일까?'

몇 달 전, 그의 친구인 민수도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다. 민수는 그것을 믿고 첨부파일을 열었다. 그 후로 민수는 사라졌다. 그의 SNS 계정도, 전화번호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그가 갑자기 도망친 것이라며 사건을 덮었지만, 지훈은 여전히 그 날의 이상한 감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 민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훈은 그날의 기분을 되살리며, 스마트폰에서 메시지를 삭제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컴퓨터가 덜컥 하고 멈췄다. 화면에 갑자기 검은 글자가 흘러내리며 나타났다.

“이 메일을 읽고 있다면, 당신도 이미 감염되었습니다. 파일을 삭제하기 전에 모든 데이터를 백업하세요.”

지훈은 얼어붙었다. 이건 분명히 이상했다. 소름이 끼쳤다. 그는 바로 인터넷을 켜서 'XX 바이러스'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였다. 그때, 그의 이메일함에서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제목은 "당신의 파일을 지켜라"였다. 첨부파일을 열지 않으면 해킹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지훈은 중얼거리며 메시지를 삭제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화면에서 또 다른 창이 열렸다. 'XX 바이러스'라는 이름의 파일이 자동으로 다운로드되기 시작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민수의 목소리였다.

"지훈아, 나야. 민수."

"민수? 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넌…"

"걱정하지 마. 내가 지금 여기서 나가야 할 시간은 다 된 것 같아. 근데 너, 그 파일 열었지?"

지훈은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음산한 기운을 느끼며 물었다. "너, 지금 뭘 말하는 거야? 너는 어떻게…"

"그 바이러스… 너도 이미 걸렸어. 열지 말았어야 했어. 다들 그걸 퍼뜨리고 있어. 이건 단순한 루머가 아니야, 지훈아. 그게 아니라면, 내가… 내가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전화는 끊겼다. 지훈은 몸이 얼어붙었다. 화면에서 'XX 바이러스'가 이미 그의 파일을 하나씩 잠식해 가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단순한 컴퓨터 오류가 아니었다. 민수의 프로필 사진이 그의 이메일함에 차례차례 나타났다. 마치 그가 여전히 온라인에 있는 듯했다.

"민수, 제발…" 지훈은 몸을 떨며 기도했다.

하지만 화면은 점점 더 암흑으로 물들어갔다. 그때,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너의 데이터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다시는 복구할 수 없다.”

지훈은 이 모든 것이 실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디지털 그림자'는 단지 컴퓨터 속의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그건 사람들이 만든 거짓된 공포, 그리고 그것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현실이었다. 민수가 사라지고 나서 그가 남긴 것들, 그리고 그를 추적해 온 전혀 다른 존재들이 이제 그의 데이터를, 그의 존재를 삼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지훈은 컴퓨터를 끄고, 전원을 차단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화면 속에, 민수의 얼굴이 여전히 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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