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속도로의 패스트푸드 전사들
한밤중의 수도고속도로를 달리는 이상한 소문은 예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터보 할머니’라는 도시전설이 공공연히 떠돌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등장인물이 이야기에 추가되었다. 바로 패스트푸드의 아이콘들, 로날드 맥도날드와 할랜드 샌더스였다.
도쿄 수도고속도로를 달리던 한 젊은 회사원, 다케우치 코지는 그날따라 유난히 피곤했다. 늦은 밤,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들으며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후방 거울에 보이는 이상한 그림자에 그의 피로는 한순간에 날아갔다.
“뭐지 저건?”
뒤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나 스포츠카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커다란 빨간 머리칼과 광대 화장을 한 로날드 맥도날드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의 두 다리는 마치 로켓처럼 움직였고, 특유의 노란 점프슈트가 어두운 밤길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코지는 경악하며 가속 페달을 밟았지만, 로날드는 금세 그의 차를 추월했다. 그리고 앞에서 빙글빙글 돌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은 코지는 멀어져 가는 로날드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몇 주 뒤, 비슷한 고속도로에서 이번에는 다른 목격담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한 트럭 운전사였다. 그는 늦은 밤 닭고기 배달을 위해 달리고 있었는데, 트럭의 백미러에 하얀 양복을 입은 할랜드 샌더스가 보였다.
손에는 커다란 버킷을 들고 있었고, 그 역시 믿기 어려운 속도로 트럭을 추월해갔다. 트럭 운전사는 경악하며 샌더스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샌더스는 마치 닭튀김을 든 채 레이스를 즐기듯,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트럭을 추월하며 멀어졌다.
로날드 맥도날드와 할랜드 샌더스의 고속도로 레이스는 곧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SNS에는 목격담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일부는 이를 증명하려는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터보 할머니”로 시작된 이 도시전설은 이제 ‘패스트푸드 레이서’라는 새로운 장르로 진화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을 두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마스코트들이 고속도로에서 경쟁하며 패권을 다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것이 단순한 장난이나 착각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진술은 하나같이 일관되었다. 로날드와 샌더스는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었으며, 이들의 등장 이후 이상한 사고나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날 밤, 도쿄 수도고속도로의 터널 한가운데에서 로날드 맥도날드와 할랜드 샌더스는 다시 한 번 마주쳤다. 두 사람은 잠시 멈춰 서로를 바라보았다.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로날드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누가 더 빠른지 결판을 내보자고.”
샌더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하지만 치킨을 뺏길 생각은 없네.”
두 사람은 동시에 출발했다. 터널 안에서 울리는 그들의 발소리는 점점 빨라졌고, 두 사람은 믿기 어려운 속도로 사라졌다. 그날 이후, 수도고속도로에서는 이들의 목격담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들은 밤하늘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치킨 향을 느낀다고 한다. 패스트푸드의 전설은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