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갈고리 손

hook hand


 늦은 오후의 햇살은 여전히 길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차창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은 이미 가을을 예고했다. 에이미와 토니는 한적한 교외의 고요한 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있었다. 이곳은 토니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곳으로, 차를 타고 다니며 사라지는 일상과 소음에서 벗어나, 단둘이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가벼운 대화와 웃음 속에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저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에이미는 토니의 손을 잡으며 미소 지었고, 토니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에이미,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정말 좋아."

그들의 입술이 가까워지며, 차 안의 공간은 뜨거운 기운으로 가득 찼다.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을 맞추었고, 차는 그들만의 작은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라디오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가 그들의 세계를 깨뜨렸다. "여러분, 주의하십시오. 갈고리 손을 가진 연쇄살인범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했습니다. 범죄자가 이 지역 근처로 왔다는 정보가 들어왔으니, 주민들께서는 특히 외출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 에이미는 토니의 팔을 잡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뉴스는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고,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토니, 뭔가 이상해. 지금 뭔가—뭔가 있어. 우리가 돌아가야 해."

토니는 에이미의 얼굴에 비친 불안감을 보고, 자연스레 운전대를 더욱 꽉 쥐었다. 그는 한동안 망설였지만, 결국 에이미의 요청을 받아들여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에이미는 계속해서 창 밖을 주시하며, 주변에 무언가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 순간, 차 안에서의 뜨거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불안과 긴장만이 그녀의 마음을 지배했다.

차가 에이미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토니는 문을 열려고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신사답게 조수석 쪽으로 가서 문을 열려고 했지만, 그 순간 그는 차문 틈에 뭔가 이상한 것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갈고리처럼 생긴 손이었다.

순간, 토니는 얼어붙었다. 그의 손끝은 차문에 매달린 손을 만지지 않으려 애썼다. 그 갈고리 손은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며, 마치 그들을 경고하는 듯했다.

"에이미!" 토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재빨리 문을 닫았다. 하지만 에이미는 이미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어른거렸다.

"우리가 방금 들었던 그 뉴스… 그 손가락이... 갈고리... 그거였어?" 에이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때, 차 뒤편에서 불빛이 깜박였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입술을 다물었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그 존재를 마주한 것인지도 몰랐다.

토니는 몸을 돌려 차의 문을 강하게 잠그며 말했다. "에이미, 그냥—그냥 들어가. 내가 이따가 확인할게."

하지만 에이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무엇인가 더 다가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녀는 차 안에서 불안해하는 눈빛을 토니에게 던졌고, 두 사람은 그 갈고리 손에 대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무엇도, 그 손을 떼어낼 방법도, 그들이 이미 그 손을 보고 말았다는 사실도—

모든 것은 그들에게 너무 늦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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