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얼어붙은 귀
어느 혹독하게 추운 겨울 아침, 한 소년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 지각할 상황에 처했다. 학교에서는 그 해보다도 더 추운 겨울이니 통학 중에는 반드시 귀마개를 착용하라고 공지해 두었지만, 소년은 지각을 면하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귀마개를 챙기지 못했다.
부리나케 달려온 소년이 학교 교문을 지나던 중, 교문 앞에 서 있던 교사가 소년이 귀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교사는 훈계조로 "너 귀마개는 어디 빠뜨리고 왔냐?"며 소년의 뒤통수를 툭 쳤다.
그러자 소년의 귀가 땅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는데,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소년의 귀가 그만 딱딱하게 얼어붙고 말았던 것이다. 실제로 인체는 추운 곳에 오래 방치되면 동상 증상이 일어나며, 그 상태가 지속되면 말단에 가까운 조직부터 차츰 괴사해버린다. 특히 극지방 근처와 같은 혹독한 추위에서는 조금만 관리에 소홀해도 동상에 걸리기 쉽다. 러시아나 북유럽 등의 고위도 지방에서 항상 털모자를 쓰는 이유도 머리가 얼어버릴 정도로 춥기 때문이다. 일단 극심한 추위가 인체의 세포 조직을 얼릴 수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귀가 한두 시간 노출되었다고 툭 치면 떨어질 정도로 얼어붙는 추위라면 학교에 오기도 전에 얼어죽거나 장시간 서 있었던 교사가 먼저 죽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애초에 귀만 그렇게 언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기도 하고.
비슷한 도시전설로, 엄청나게 추운 날 선로 위를 지나가던 여자가 열차에 치어 허리가 동강났는데, 절단면이 신속히 얼어붙는 바람에 금세 지혈되어 즉사하지 않고 한동안 숨이 붙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강추위가 지혈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출혈로 인한 사망보다는 동사가 우려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추위와 관련된 도시전설은 괴담인지 유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황당한 것들이 많다. 오줌을 누는 도중 오줌줄기가 그대로 얼어서 기둥 같은 모양이 된다던가, 입술이 얼어붙어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거나, 심지어 눈을 뜨고 있는 사이에 눈이 얼어붙는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겨울에 너무 추워서 얼어붙은 말이 봄에야 풀려서 엉뚱한 사람에게 들린다는 발상도 있다.
물론 귀나 손과 같은 부위는 추위에 매우 민감하며 동상으로 조직이 괴사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므로, 겨울철에는 귀마개, 방한대, 손장갑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