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검은 눈의 아이들
검은 눈을 가진 아이들
2007년, 텍사스. 여느 평범한 밤처럼 달빛이 희미하게 길을 비추던 그 때, 마이클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길가에 서 있는 어린 소녀를 보았을 때부터 뭔가 달라졌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아직 어린 나이에, 그러나 지나치게 성숙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은 어둡고 길게 늘어져 있었으며, 그 소녀의 눈은… 눈은 이상했다.
"저기요, 저희 집 안에 들어가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소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이클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어린 소녀가 어떻게 이런 시간을 지나고 혼자 있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그는 불쾌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녀의 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눈 속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었다. 흰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 온통 검은 색으로 뒤덮인 눈동자.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집어삼킬 듯한 압도적인 힘을 지닌 듯 보였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마이클은 말끝을 흐렸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마이클의 심장 속에서 찬 바람이 스쳤다.
"열어주세요," 소녀는 이번에는 조금 더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 들어가야만 해요."
그녀의 말에 마이클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순간, 소녀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저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소녀는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처럼, 다시 한 걸음 물러나며 거리를 두었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나가기도 전에…" 소녀는 말을 남기고, 검은 눈동자만을 마이클에게 남긴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사건은 텍사스에서 처음 보고된 ‘검은 눈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전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마이클이 경험한 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멕시코와 다른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도, 그 아이들의 목격담은 연달아 보고되었다. 소녀나 소년, 그들의 정체는 결코 간단히 설명할 수 없었다.
어딘가 이상한 기운을 풍기며, 밤마다 사람들의 집과 차를 배회하는 그들. 그들은 결코 허락되지 않은 곳에 들어갈 수 없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지지만, 마주친 사람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경험했다. 그들이 검은 눈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들 속에 뭔가 전혀 다른 존재가 숨어 있음을 직감하게 만든다.
미국을 넘어, 멕시코,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대륙 전역은 물론, 유럽,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퍼져 나갔다. 각기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어떤 이들은 그들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이들은 이들이 뱀파이어나 마귀의 화신이라 믿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그들이 귀신의 일종이거나, 악령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존재라고 해석했다.
홍콩에서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거리를 걸을 때, 저 멀리서 작은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 아이는 항상 검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때로는 차 한 대를 막고 서서 운전자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태국, 싱가포르, 일본, 그리고 심지어 인도네시아와 같은 곳에서도 목격담은 계속해서 보고되었고, 그들에 대한 미스터리는 점점 더 깊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온 세계 곳곳을 배회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는 믿음도 있었다. 마치 이들은 시간을 초월해, 혹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들처럼, 사람들의 일상에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들이 지나가고 난 후, 남겨진 것은 차가운 공기와, 이유 모를 불안감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또 다른 검은 눈을 가진 아이들이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